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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따뜻해지는 국밥 한 술의 추억, 안성 ‘안일옥’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따뜻해지는 국밥 한 술의 추억, 김종열(안일옥 대표)

본래 국밥(우탕)이라는 게 텁텁하고 걸쭉하다고 진한 게 아니여.

국물은 맑으면서도 담백하고 뒷맛이 깊어야 제맛이지.

국밥의 역사는 우리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한다. 먹거리는 부족했지만 인정만큼은 풍족했던 시절, 장날이 되면 으레 먹던 음식이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뜨근한 국밥이었다.

그러던 국밥은 세월이 꽤 지나 식생활이 풍요로워진 지금도 우리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으로 한 자리를 꿰어차고 있다. 직장인의 배를 채워주는 한 끼로, 영양이 필요한 이들의 든든한 보양식으로 여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국밥.

여기 100년 3대 동안 국밥의 전통을 잇고 있는 안일옥 김종열 대표를 만나 국밥에서 찾아보는 우리 고유의 정서, 국밥을 전승하기 위한 노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일옥 국밥(우탕)

Q. 국밥이 오늘날의 모습을 갖기까지 어떤 변화를 겪어왔을까요? 한 세기 100년을 놓고 봤을 때 국밥, 국밥집의 변천이 궁금합니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6.25전쟁 전후 시기는 지금과 달리 먹거리가 풍족하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경기도 안성의 경우, 장날이 서면 우시장에서 여러 가지 부속고기를 사다가 끓여내는 국밥집이 많았어요. 당시만 해도 국밥뿐 아니라 갈비, 설렁탕, 백반, 부침개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그날그날 구할 수 있는 재료가 달랐기 때문에 우탕이라고도 불렀죠. 또 손님들의 주문에 따라 달리 만들기도 했습니다.

냉장고와 온장고가 없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밥을 지으면 채반에 밥을 깔아 서늘한 장소에 보관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뚝배기에 밥을 담아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가 따랐다하며 밥을 덥혔습니다. 그때만 해도 토렴식 국밥이 일반적이었는데, 밥알에 국물이 흡수되기 때문에 맛은 더 나았어요.

그러다가 온장고가 등장하면서 따로국밥이 나오게 된 거죠. 맛이 더 좋아서가 아니라 편리함 때문이긴 하지만, 손님들은 어떤 쌀로 밥을 지은 것인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초창기와 다른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연료입니다. 처음에는 장작불을 사용하다가 연탄으로 바뀌고, 이제는 대부분 가스를 연료로 씁니다. 반나절 이상 계속 끓여야 하기 때문에 장작불과 연탄은 확실히 부족한 점이 많지요.

그는 이렇게 훌륭한 한식이 서양 음식에 밀려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사찰음식이 채식과 혼동해 쓰이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Q. 최근 사람들이 선호하는 입맛, 취향이 서구화되면서 국밥과 같은 전통 음식이 사양 음식이 되지 않을까하고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아무래도 주 고객층은 나이 드신 분들이 더 많으니 그런 걱정을 하는 분들이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 입맛에는 맛에 대한 향수, 옛날에 먹었던 음식에 대한 기억이 DNA처럼 몸 속에 기록되어 있다고 보거든요.

여전히 직장인의 식사로 국밥이 손꼽히고, 안일옥만 보더라도 10~20대 젊은이들도 상당수 찾아오고 있어요.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고령화 지수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전통 음식이 사양화되는 일은 더욱 없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더 흐른다고 해도 국밥은 영원한 스테디셀러로 역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성 맛집 안일옥

Q. 국밥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 국밥이 지닌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그것은 국밥이 가진 고유한 정서-넉넉함과 푸근함, 익숙함의 정서죠. 제 할머님은 “식당은 배고픈 사람이 들어오는 곳이고, 무조건 배를 채우러 들어오는 사람들이니 배불리 먹고 나가게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여타 국밥집들에게도 적용되는 공통사항이라고 봅니다.

인정이 넘치고 좋은 재료에 정성을 더하는 국밥이라면 앞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에게 소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집에서 국밥이나 탕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비결이나 조언을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국밥에는 특별한 조언도, 맛있게 하는 비결도 따로 없습니다. 그저 ‘그대로 먹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요. 국밥이란 먹을 때는 패스트푸드지만, 만드는 일은 슬로푸드입니다.

한 그릇의 국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를 들여와 엄선하고, 이른 아침부터 12시간 이상 끓이면서 부산물을 걷어내고, 큰 들통에 옮겨 담아 식히고, 청소한 후 다시 12시간을 끓입니다. 부속 재료는 3시간 정도 익힌 다음 꺼내어 식힌 후 얇게 썰어냅니다.

이것이 계속 반복되며 하루종일 가마솥의 불이 꺼지지 않죠. 그 결과물로 만들어지는 국물은 맑으면서 담백하고 뒷맛이 깊습니다. 제대로 국밥의 참맛을 즐기려면 온전한 상태 그대로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안일옥 국밥(우탕) 가마솥

Q. 국밥의 기반이 되는 사골은 몇 번 정도 우려내는 것이 좋은지, 영양과 입맛을 균형있게 고려할 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알려주세요.

예전에 찾아본 자료가 있는데, 한우 사골을 수회에 걸쳐 우려내어 이화학적 특성과 기호성, 조직적 특성을 분석한 연구였어요(<소뼈 품종별에 따른 설렁탕의 이화학적, 관능적 및 영양적 특성에 미치는 영향> 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 2000년).

여기에 따르면, 세 차례까지 우려내는 것이 맛이나 영양가 면에서 가장 좋다고 합니다. 너무 오래 우려낸 국물은 기호성이 떨어지고 탁도와 점도도 낮아지지요.

그래서 가정에서는 사골을 끓일 때 1회 6시간씩, 3회 정도 우려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요즘 같은 날에 사골을 끓이고, 꼭 국이나 탕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 수도 있으니 쌀쌀한 날씨에 든든한 보양식이 될 겁니다.

Q. 국밥을 비롯한 전통 한식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요?

이것은 한식 음식점들이 다 같이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한식 시장의 변화, 세대의 변화 등 예전부터 안고 있던 과제에,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포장과 배달 서비스 등 비대면 트렌드도 고려해야 할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죠. 밀키트, 레토르트 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것이 이러한 영향 덕분입니다.

근래에 한식에 새로운 시도, 다양한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지만, 솔직히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아요. 트렌드만 쫓다가는 경쟁만 치열해지고, 자칫 사람들의 입맛을 한정시켜서 한식 시장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한식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찌개와 백반 등 전형적인 한식을 하는 식당, 고집스레 자기 색깔을 유지하는 국밥집 같은 식당, 트렌디하고 새로움을 가미한 식당 등이 다양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한식의 가치를 보존하는 전문식당이 그 바탕이 되어야겠죠. 이렇게 한식의 체력이 다져질 때 한식을 좋아하고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안성 맛집 안일옥 전통국밥 끓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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