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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가을요리, 내 집의 자랑거리 음식

가을요리, 내 집의 자랑거리 음식, 이미경(요리연구가)

♣ 밥상 위로 올라간 가을

해외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처음 접하는 맛에 신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낯설기도 하다. 세계의 진미라고 하는 음식들을 맛보면서도, 내 집 식탁에 오른 음식들이 자꾸 떠오르는 건 그 맛에 익숙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한식은 계절별로 제철 재료가 풍성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산과 들, 바다와 강에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제철 식재료. 그중에서도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되면, 다양한 먹거리들로 가득 찬 식탁과 함께 우리의 몸과 마음 또한 풍성해지는 것을 느낀다.

옛날 어머니들의 부엌에는 조미료가 다양하지 않았다. 간장, 된장, 고추장, 소금만으로 간을 하고 참기름, 깨소금으로 풍미를 더할 뿐, 나머지 맛은 제철에 나는 재료들을 지혜롭게 이용한 요리법에 달려있다.

가을요리, 내 집의 자랑거리 음식 No1.

1935년 동아일보의 ‘가을요리 내 집의 자랑거리 음식’에서 소개하는 음식도 제철 채소, 생선, 고기를 골고루 사용해 맛과 멋을 내었다.

그러나 현대에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보단 자극적인 조미료 맛에 의존하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때문에 그 시절 주부들이 소개한 레시피는 지금과 비슷하지만, 재료 구하기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우리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이용하여 한식에 담긴 지혜를 맛보려 한다.

♣ 가을요리, 우리 집의 자랑거리는 바로 뿌리채소와 열매채소들이다.

여름철 내내 잎이 무성해지면서 땅속으로는 뿌리를 내리거나 열매로 내실을 다지고, 가을이 되면 잎은 겸손하게 단풍이 들고 뿌리는 단단하고 풍성하게 자라난다. 콩, 대추, 깨, 무, 당근, 고구마, 우엉, 연근, 생강 등의 뿌리채소들은 가을밥상에 풍성함을 더하며 우리 집의 자랑스러운 가을 요리로 변신을 한다

가을요리, 내 집의 자랑거리 음식 No2.

동아일보, 1935年11月05日

♣ 가을요리, 내집의 자랑거리 음식 - 계자선

가을요리, 내집의 자랑거리 음식 - 계자선 동아일보, 1935年11月05日 No3.

이계자선이라는 것은 안주에 제일조흐니 안주뿐아니라 누구든지맛을보면 아모리조흔 찬이라도다내노코 먹게되는 것입니다.

재료준비

여러가지야채를 준비하는데 그때 야채로 어느것이나 조켓지마는 중요한것으로는 캬벳으를 주로하야 호배추, 홀무, 오이 등을각각 채를썰고 홍무는 살작 데처서노코 호배추, 카베스, 오이에는 잠간 저리는듯이 해가지고 상에노하내갈때쯤 하야제육과 편육을 채를썰어 너코 계자와 쏘쓰를너흐면서 한데 살살범으려 섞어냅니다. 과히 재료도 만히 아니들고 산뜻한것이 여러분이 잡숫다 한분이 보이지 안어도 모를지경입니다.

이것을 계자선이라하는데 시골서도얼마든지맨들수있는것입니다.

♣ 그 중에 첫 번째 요리는 두부겨자선 이다.

겨자는 ‘갓의 씨’를 가루로 만들어 미지근한 물에 개어낸 뒤, 따뜻한 곳에서 발효를 시켜 만든다. 종종 와사비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음식에는 겨자로 양념한 요리들이 많았다. 고춧가루가 들어오기 전부터 생강, 산초, 계피 등과 함께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로 이용되었다.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 겨자선은 서양식 애피타이저와 같이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푹 삶아낸 소고기에, 발효시킨 겨자와 식초와 설탕으로 만든 양념을 넣어 버무리는 요리이다.

그러나 요즘은 핵가족화와 함께 싱글 족이 늘어나면서 되도록 간단한 요리법이 인기다. 소고기 편육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으니 쉽게 구할 수 있는 두부로 대신하자.

두부를 노릇노릇하게 지져서 먹기 좋게 썰고 오이, 당근, 파프리카, 양배추등과 겨자 소스에 땅콩가루를 더하면 고소한 두부겨자선이 완성 된다. 매운 고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상큼하고 개운하게 매운 감칠맛이 입맛을 돌게 한다.

동아일보, 1935年 11月 06日

♣ 가을요리 내집의 자랑거리음식(三(삼))가지와 무장아찌

가지통장아찌

가을철의 얌전한 가지를 오이소박이 처럼 세갈래로 어여서 끌는물에 너허 너머무르지아니할만치, 삶어내어서 보자기에 싸서, 과히 납작하지아니하게 눌러서소를너흘터인데 소는 파, 마눌, 생각,고초가루를 설탕과 기름,깨소곰을 합해서 소박이오이처럼조곰식 소를 너서 항아리에 차곡차곡 재어서 담고 간장을 겨우자작자작할만치 부어 두었다가 한나절쯤 후에 쪽 따러내어서 폭폭끌여 식혀부은 후 서너시간후면먹게되는데 그릇에 담을때에는 목척한치 길이로 토막을 처서 세갈래로 어인대로 쪼개서 한결로 얌전하게 보기조케담으면 조켓지오

오이통장아찌

가을철 얌전한오이로도 가지통짱아찌 하는법대로 하면 좃습니다. 간장만 짤짤히 대려부으면오륙일동안은 두고먹게됩니다 그러나 가지나 오이의 소에다가 쇠고기를 다저서 약념해서주물러 볶아서 파,마눌,생강,고추가루,설탕,기름,깨소금을 너어서 소를만든것은 일이일간밖에는 못두고 먹습니다.

가지숙장아찌

씨가 들지 아니한 가지를 택하여가지고 꼭지를 따고 아래위만부처서 네갈래로 쭉쪼갠데다가쇠고기를다저 가진 약념으하야 주무를때에 설탕도 너어서 달큼하게 간을마처 소를 너어 남비에담고 왜간장에 간을 마처서 다른조김과 같이물을 조곰 처서 조려서 토막을 톡톡처서 담으면 좃습니다.

♣ 두 번째 요리는 뿌리채소를 이용한 간장 장아찌이다.

제철 채소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간장이나 소금, 된장, 고추장에 절여 두었다가 묵혀 먹는 장아찌가 있다. 서민들에게는 소박한 반찬이었지만 임금님의 수랏상에서는 ‘장과’라고 부를 만큼 귀한 대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장아찌의 나트륨 함량이 높다는 이유로, 건강을 걱정하는 현대인들의 식탁에서 기피대상이 되었다. 무척 억울한 일이다. 알고 보면 우리가 자주 사먹는 편의점 인스턴트의 나트륨 함량이 장아찌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집 장아찌가 달라졌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채소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자르지 않고 통째로 염도가 높은 간장, 소금, 된장, 고추장에 절였다지만, 지금은 먹기 좋게 잘라서 심심한 양념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면 언제든 맛볼 수 있다.

우리나라 장맛과 싱싱한 채소가 어우러진 새로운 스타일의 장아찌가 탄생하였다.

연근, 무, 우엉, 당근 등 원하는 뿌리채소를 먹기 좋게 썰고 간장, 식초, 설탕을 끓여 만든 양념이 식기 전에 넣어 주면 아삭한 간장 장아찌가 된다. 장아찌를 먹고 남은 양념에는 채소향이 우러나서 올리브유나 각종 샐러드유를 섞어 샐러드드레싱으로 먹어도 손색이 없다.

가을요리, 내집의 자랑거리 음식 간장 장아찌 No4.

♣ [Bonus] 이미경 선생님이 추천하는 가을요리! 아욱수제비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되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이 따끈한 국물이다. 그중에서 가을채소인 아욱은 된장, 고추장을 풀어 끓이는 토장국의 대표적인 재료이다.

‘가을 아욱국은 사립문을 닫고 먹는다’, ‘가을 아욱국은 사위만 준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구수하고 깊은 맛으로 가을 요리를 대표한다.

된장과 고추장을 물에 풀고 아욱을 은근한 불에서 푹 끓여 준다. 아욱의 줄기가 물러지고 푸릇푸릇했던 잎은 국물에 누렇게 끓여져야 제 맛이다. 여기에 밀가루로 무르게 반죽한 수제비를 넣어주면 밀가루가 아욱의 풋내를 부드럽고 구수한 맛으로 변신시킨다.

중요한 것은 은근한 불에서 넉넉히 오래 끓여야 아욱이 맛이 우러나면서 진짜 가을아욱국을 맛볼 수 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넉넉히 끓인 구수한 아욱수제비는 사립문을 활짝 열고 나누어 먹을 때 한층 더 맛있는 우리 집 가을요리가 된다.

가을요리, 내집의 자랑거리 음식 아욱수제비 No5.

여름 특히 개와 늑대의 시간에 드리운 어두운 코발트 빛 하늘이 서편 너머로 물러날때 겨드랑이를 가볍게 툭 치듯 들어와 코 끝과 이마 자락을 간지럽히며 사라지는 기분좋은 선들바람이 불어옵니다.

서쪽이라면 하늬바람일텐데 아무래도 산너머서 온 산들바람입니다. 시원하고 가볍게 부는 이 바람이 가을로 접어들면 건들바람이 되면서 아주 조금 바람이 세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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