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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1. 인삼은 생명의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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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삼’의 뿌리는 ‘심’에 있다

한국의 영문 국호가 ‘Corea’인가, ‘Korea’인가를 놓고 한창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원래는 ‘Corea’였는데 일제가 1908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을 일본(Japan) 보다 뒤에 입장하게 하려고 바꾸었다는 설이 난무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지만 명칭이 지닌 상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논란이다. 인삼의 명칭을 놓고도 설이 많다.

중국에서 넘어왔다는 주장부터 영어명인 진셍(Ginseng)이 일본어에서 파생됐다는 설까지 더해진다. 사물의 이름을 밝히는 일은 그 기원을 찾는 것과 같기에 사실을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인삼은 우리 고유어로 ‘심’이다.

한자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에서는 ‘삼(參)’이라고 쓴다. 현재 우리 나라도 ‘심’ 대신 ‘인삼(人蔘)’이라 하는데 이 명칭은 고려인삼에만 쓴다.

중국 고대 문헌에서 인삼을 나타내는 한자는 參·蔘·寑·寖·浸·侵 6가지다. 이 중 최초의 문자는 ‘參’으로 전한의 사유(史遊)가 저술한 《급취장(急就章)》에 나 온다. 우리나라도 처음에는 ‘人參’이라 썼으나 조선 시대 이후에는 모두 ‘人蔘’ 으로 표기했다.

인삼의 기원에 대한 논란에서는 삼이란 말이 중국 문헌에 최초로 등장한 것을 근거로 중국을 기원지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인삼의 자생지가 한반도와 만주 일대란 점에서 중국 기원설은 타당치 않다. 더욱이 중국이 최고로 인정한 고려인삼의 산출지인 한반도가 인삼 기원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고유어 ‘심’에서 기원한 ‘삼’1)

한반도에서는 오래전부터 인삼이 발견되고 이용됐지만 세종대왕(世宗大王) 이전 에는 우리 문자가 없어 인삼을 우리 식으로 표기할 수 없었다. 중국 문헌에 최초로 삼이 등장한 것은 한사군이 설치된 전한시대다.

한사군은 중국을 통일한 전한의 무제(武帝)가 당시 고조선이던 우리나라 서북부 지역에 설치한 군현으로 이를 통해 중국과 한반도 고대 국가간의 문물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 때 한반도의 인삼이 중국으로 전해져 그 효능이 알려지고 귀한 약재로 다루어져 문헌에도 수록된 것으로 추측된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인삼을 ‘심’이라 불렀다. ‘심’이 등장하는 우리 문헌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성종 20년(1489년)에 편찬된 《구급간이방언해(救急簡易方諺解)》다.

이 문헌에서는 ‘人蔘’이라고 쓰고, 언해할 때는 ‘심’으로 번역해 기록했다. 어학 교재인 《노걸대언해(老乞大諺解)》에서도 인삼을 ‘심’으로 언해했다. 허준(許浚)의 《동의보감(東醫寶鑑)》 ‘인삼조’에서도 ‘人蔘’ 바로 밑에 한글로 ‘심’이라고 표기했다.

장중경 상한론 인삼 기록
▲ 후한 시대 장중경이 저술한 《상한론》은 한의학의 중요한 원천으로 ‘人參’을 기록해놓았다.

유희(柳僖)가 지은 《물명고(物名攷)》에서도 ‘심’이라 했다. ‘심’의 명칭이 어떻게 유래했는지 알 수 없지만 민족 대대로 내려오는 고유어로 인삼을 가리켜왔음을 알 수 있다. 사물이 외부에서 유입될 때는 본래 명칭도 함께 따라온다.

우리나라의 담배가 타바코, 남포가 램프, 냄비가 나베에서 유래한 것도 이런 원리다. 마찬가지로 인삼이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인삼 본고장의 명칭까지 따라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에서는 처음 들어온 약재인 ‘심’을 표기할 새로운 한자가 필요했을 터. 이때 본래 사물의 발음인 심과 유사한 발음이 나는 문자 중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연유로 ‘심’과 유사한 중국의 발음[śi em]으로 읽히는 한자 6개 즉 參·蔘· 寑·寖·浸·侵이 중국 문헌에 나란히 등장한 것이다.

특히 ‘삼’자를 반절(한자 의 음을 나타낼 때 다른 두 한자의 음을 반씩 따서 합치는 방법)하는 데 ‘소침(疏侵)’을 택했다. ‘소’에서 ‘ㅅ’을 따오고, ‘침’에서 ‘ ’을 따 이를 한글로 읽으면 ‘심’이 돼 이 같 은 추론을 뒷받침해준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일제 강점기에 간행된 이마무라(今村)의 《인삼사(人蔘史)》를 근거로 인삼의 중국 기원설이 정설로 간주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인용, 재인용 하면서 의심 없이 받아들인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역사 전공자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 나오면서 ‘조선인삼기원설’이 힘을 얻고 있다.

신농본초경 인삼 기록
▲ 양나라 도홍경이 저술한 《신농본초경》은 365종의 약물을 상중하로 나누면서 인삼을 상품으로 분류했다. “인삼은 오장을 보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나쁜 기운을 몰아내고”라고 서술했다.

♣ 학명 ‘진셍(Ginseng)’의 어원은?

인삼의 국제 학명인 진셍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일각에서 진셍은 인삼의 일본식 발음에서 파생된 것이므로 ‘인삼’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진셍의 어원이 일본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인삼을 오래전부터 ‘고라이 닌징(こうらいにんじん)’이라고 부른다. ‘닌징(にんじん)’은 당근을 가리킨다. 고려를 뜻하는 ‘고라이(こうらい)’를 붙여 인삼을 표기한 것이다.

1713년 편찬된 백과사전류인 일본 고서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에서는 인삼을 ‘이무소무(いむそむ)’, 《조선물어(朝鮮物語)》에서는 ‘인손(いんそん)’이라고 표기했다. 이처럼 인삼의 일본 발음은 진셍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의 경우 인삼은 베이징어 발음으로 ‘련션 [renshen]’이다. 그렇다면 진셍은 정말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인삼의 공식 학명인 진셍은 러시아 학자 칼 안톤 폰 메이어(Carl Anton von Meyer)가 1843년 세계 식물학회에 ‘Panax ginseng C. A Meyer’로 등록하면서 공식화됐다.

‘Panax’는 그리스어로 ‘모든 것’을 뜻하는 ‘Pan’과 ‘의약’을 뜻하는 ‘Axos’가 결합된 것으로 만병통치약을 의미한다. 이미 메이어에 앞서 많은 학자가 인삼을 P‘anax속’으로 분류해 명칭을 부여했다.

1754년 식물분류학자인 칼 폰 린네(Carl von Linne)는 인삼을 만병통치약이라는 뜻에서 파낙스 즉 Panax라 불렀다. 그리고 Panax 뒤에 잎이 다섯이라는 의미로 라틴어의 Quinque(다섯)와 Folius(잎)을 붙여 캐나다 남부에서 자라는 서양삼을 ‘Panax quinquefolius’으로 명명했다.

북미 대륙에서 인삼이 발견된 초기부터 명칭을 달리해 동양삼과 구별했다. 1800년 네덜란드의 지에 볼드는 서양삼과 별도로 고려를 뜻하는 ‘Coraiensis’를 붙여 고려인삼은 ‘var. coraiensis’, 일본삼(죽절삼)은 일본을 뜻하는 ‘Japonicus’ 을 붙여 ‘var. japonicus’, 네팔에서 자라는 인삼은 ‘var. nepalensis’로 명하고, 이들을 인삼 변종으로 취급했다.

그 후 독일 학자 네스 폰 에젠베크(Nees von Esenbeck)가 1833년 그의 저서 《Icones Plantarum Medicinalium》에서 고려인삼을 ‘Panax shinseng var. coraiensis Nees ’라고 기술했다.

즉 그는 아시아에서 자라는 인삼을 북미의 서양삼(Panax quinquefolius)과는 다른 새로운 종으로 인식해 ‘Panax shinseng’으로 명명한 것이다.

Shinseng은 인삼의 중국 고명(古名)인 상삼(祥蔘)의 발음 [xiangshen]에서 연 유한 것으로 점차 발음이 변해 ‘Shinseng’을 거쳐 ‘Ginseng’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인삼 학명이 우리의 고유어인 ‘심’이 아닌 중국 발음에서 유래한 것은 인삼이 중국을 통해 서양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만약 네스의 등록이 조금만 빨랐더라면 고려를 표기한 ‘Panax shinseng var. coraiensis Nees ’가 공식 학명으로 등록돼 고려인삼의 위상은 더욱 확고해졌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 오직 고려인삼을 말하는 진셍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식물 분류 학명에서 보듯 진셍은 고려인삼만을 뜻한다는 점이다. 미국삼, 캐나다삼, 일본삼을 똑같이 진셍으로 부르는 것은 잘못 된 것이다. 약효는 물론이고 식물학적 분류로 보아도 이들은 유사 인삼(Pseudoginseng) 으로 속(屬)만 같을 뿐이다.

지구상에서 파낙스속이 자생하는 지역은 동아시아와 미주 북동 지역 두 곳이다. 아시아에서는 동경 85도에서 140도, 북위 22도에서 48도로 한반도와 만주 지방, 연해주, 일본, 네팔이다. 북미에서는 서경 70~97도, 북위 34~47도에서 자생한다.

인삼이 자생하는 지역은 북반구지만 재배는 남반구인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삼은 온도, 기후, 일조량, 강수량 등 제반 조건만 적합하면 어디에서든 재배가 가능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인삼의 형태는 비슷하다 할지라도 약성(藥性)은 큰 차이가 있다.

고려인삼 이외에 오가과 식물인 미국삼, 죽절삼, 삼칠삼 등도 흔히 인삼으로 부르지만 학명에서 보듯 이들은 진셍(고려인삼)이 아니다. 외국 삼은 모두 파낙스속이지만 종이 다른 것이다. 이는 양파와 마늘, 오이와 참외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즉 마늘의 학명은 ‘Allium sativum’이고, 양파는 ‘Allium cepa’, 오이는 ‘Cucumis sativus’이고, 참외는 ‘Cucumis melo var. makuwa’이듯 고려인삼과 서양삼은 전혀 다른 식물이다.

같은 파낙스속이라도 ‘Panax ginseng’은 (고려)인삼이고, ‘Panax quinquefolius’는 서양삼(화기삼)이다. 진셍 즉 고려인삼은 하나 뿐이다.

마늘과 양파, 오이와 참외의 쓰임새가 서로 다른 것처럼 엄격히 말하면 고려인삼과 미국삼(화기삼)은 다른 식물인 것이다. 앞으로 과학적인 분류법에 따라 서로의 명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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