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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7. 겨울철 사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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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진관사 계호스님

♣ 심심하고 담담하게

입동을 지나면 김장철이 옵니다. 김장을 하고 나면 지치레기들이 남지요. 절집에서는 이런 것들도 버리지 않고 다 갈무리합니다. 이파리는 시래기로 말리고, 무 조각들로는 말랭이도 만들고 무전을 부쳐 먹거나 조려서 왁자지를 만들어 먹습니다. 왁자지는 국물이 있는 무 조림 이에요.

불에 단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무와 표고버섯, 여기에 고춧가루 약간 넣고 볶다가 따듯한 채수를 부은 뒤 뭉근히 졸이면 달지도 짜지도 맵지도 않은, 얼큰한 왁자지가 됩니다. 지수화풍, 오행이 다 들어간 음식이지요. 스님네들은 이렇게 만든 왁자지로 너끈히 겨울을 이겨낼 기운을 얻습니다.

겨울은 우주의 기운이 땅으로 스밀 때입니다. 뿌리는 땅 속에서 그 기운을 고스란히 다 받아들이지요. 그래서 입동이 지나면서 뿌리에는 단맛이 들고 단단하게 영글어 갑니다. 무도 그래서 겨울무가 맛있는 거예요. 옛날 어른들은 무 먹고 트림을 안 하면 산삼 먹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들 했습니다.

겨울의 보약 무를 먹으면 긴 겨울을 나는 데 끄떡 없다고요. 절집에서는 제철음식을 먹는데 다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기운이 새싹에 몰리는 봄에는 흩잎같은 새순을 따 먹고, 겨울에는 뿌리를 캐 먹습니다.

그냥 그대로, 자연이 그대로 음식이 됩니다. 우리 몸이 자연이요, 음식 또한 자연이라 둘이 아닌 하나입니다. 곧 음식은 마음을 담은 자연이라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절집 음식은 수행자의 마음처럼 심심하고 담담합니다.

진관사
<진관사>

♣ 공덕이 쌓이고 지혜가 생기는 곳

절집에 처음 들어온 행자가 반드시 거치야 하는 곳이 공양간입니다. 행자는 공양간에 들어가 하심으로 수행을 익힙니다. 칼과 물과 불을 다루는 일을 하며 생각도 고르고 숨도 고릅니다. 공양간에서도 선방에 앉아 정진하는 때와 마찬가지로 호홉이 골라야 하지요.

가쁜 숨으로 수행을 할 수 없는 것처럼 가쁜 숨으로는 조리도 할 수 없습니다. 칼질을 할 때는 칼끝을 지긋이 눌러줍니다. 그러면 요란한 소리가 나지 않고, 착착착 재료 썰리는 소리만 나지요. 그렇게 칼질을 하다보면 마음도 지긋이 가라앉게 됩니다. 이와 같이 쌀을 씻고, 채소를 다듬고 하는 모든 과정이 수행입니다.

맑고 깨끗하게. 공양주 6개월에 채공 6개월을 살고 나면 자연 공덕이 쌓이고 지혜가 생깁니다. 행자 때 30분 만에 열 가지 진수를 마련한 적이 있습니다. 어른스님이 보고 놀라 “뭐 하다 왔니?’하셨습니다. “학교다니다 왔습니다.”했더니 더 깜짝 놀라셨습니다.

사실 음식도 내력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누구나 공양간을 거쳐 가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다 음식을 잘하는 건 아니거든요. 우리 외할머니가 음식을 잘하셨습니다. 외할아버지가 서당 훈장을 하셨는데, 드나드는 손님들이 할머니 음식을 좋아하시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에게도 그 내력이 흘러 솜씨가 제법이었던가 봅니다. 제가 막 출가했을 때 한번은 진관사에 서운스님이 오셨습니다. 저는 사가에서 봐온 대로 된장찌개를 끓여냈더니 아주 맛있다 칭찬해주시기도 했지요.

진관사 계호 스님
<진관사 계호 스님>

♣ 적당하게 그리고 맛있게

절집에 들어와 산 지도 오래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익는데 시간이 필요하듯, 음식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지난한 세월을 보내는 것처럼요. 세월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유연함일 겁니다. 무전을 봐도 그렇습니다.

덜 익으면 뻣뻣합니다. 뚝뚝 부러지기 쉽지요. 숨이 안 죽은 건 덜된 겁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맛도 떨어지지요. 설컹설컹한 무전을 먹지 않으려면 결을 살피면 됩니다. 국수를 삶을 때 흰 뼈가 사라질 때까지 삶지요? 무전을 부칠 때도 결이 사라져 보이지 않아야 다 익은 겁니다.

음식을 할 때는 이렇듯 감각을 깨워 살피는 게 중요합니다. 행자 시절, ‘얼마나 해야 하나요? 하고 물으면 그냥 적당하게 하면 된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참 어려운 말이었지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함을 도대체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요.

그런데 세월이 흐르며 저의 눈도 저울이 되고 손도 저울이 되었습니다. 눈대중 손대중으로 적당하게를 찾을 수 있게 되었지요. 어느덧 국화꽃 피는 시간이 제게도 다가온 것 같습니다. 가끔 저는 이렇게 묻습니다. 음식은 무엇으로 먹나요? 이렇게 물으면 대개 대답을 못 하고 우물쭈물 합니다.

느닷없이, 뭔가 거룩한 정답이 따로 있을 것만 같은지 요리조리 생각을 하면서요. 음식은 맛으로 먹지요! 이렇게 자문자답을 하면 그제야 파 웃습니다. 아무리 귀하고 비싼음식이라 한들 맛이 없으면 손이 안갑니다.

수행자도 그렇습니다. 맛은 바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수행자의 마음에서 나온, 수행자의 마음을 담은 음식인데 맛이 없을 까닭이 없겠지요. 절집에서는 이렇게 단순하고 담백한 음식을 맛있게 먹습니다.

계호 스님 사찰음식 요리
<계호 스님 사찰음식 요리>

♣ 오래된 지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되지요. 재료를 고르고 다뤄 음식을 상에 올릴 때까지 마음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음식을 처음 배우는사람은 오래된 지혜에 기대어 배우면 됩니다.

공양간에 대대로 내려오며 쌓인 지혜가 엄청나니까요. 우선 맛있는 무를 고르는 방법입니다. 무는 매끈하니 통통하고 단단한 게 좋습니다. 푸른빛이 도는 부문에 단맛이 있습니다. 그니까 위로 삼분의 이 정도는 푸른 빛이 도는 걸 고르는 게 요령 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무는 결이 있어서 썰 때 이를 잘 살펴야 합니다. 동그랗게 썰어 채치지 말고 토막을 낸 뒤 세로로 썰어줍니다. 그래야 나물로 볶거나 할 때 뚝뚝 끊어지지 않습니다. 배추나 당근도 마찬가지로 세로로 썰어주면 그대로 제 모양을 유지하지요.

배추전을 할 때는 배추를 소금물에 살짝 절입니다. 그런데 이때 너무 오래 절이면 질겨지고 단맛이 빠져 맛이 없습니다. 또 죽을 쑬 때는 한 방향으로만 저어주어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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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출처 •대한불교조계종 •동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심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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