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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음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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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7. 북한음식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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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팥죽땀에 대한 이야기, 최령감의 김치, 깨진 옹기그릇, 자라탕의 진미를 몰라

♣ 팥죽땀에 대한 이야기

옛날 어느한 마을에 아버지와 아들, 며느리가 사는 단란한 가정이 있었다. 어느날 아들은 안해에게 자기가 올 때까지 아버지를 잘 모셔달라고 부탁하고는 장사길을 떠났다. 그래서 며느리는 늘 시아버지밥상을 차리는데 각별한 관심을 돌리면서 남편이 있을 때 보다도 시아버지를 더 잘 모시려고 애썼다.

하지만 시아버지는 식사를 하고나서 한참 지나서는 궁금해지는것을 어쩔수 없어 하였다. 이럭저럭 날이 지나 동지날이 왔다. 이날 며느리는 동지팥죽을 한가마 쑤어놓고 시아버지에게 대접하였다. 시아버지가 팥죽이 그득히 담긴 큰 대접을 비우고 숟가락을 놓자 며느리가 말했다.

《아버님, 한그릇 더 잡수세요.》 《아니, 큰 대접에 한그릇을 먹었으니 배가 부르구나. 그만둬라.》 시아버지는 더 먹고싶은 생각이 없지 않았으나 체면을 차리느라고 사양하였다. 한참 있다가 며느리가 물을 길으러 우물터로 나갔다.

이때 시아버지는 또 궁금해난지라 부엌에 나가 팥죽 한바가지를 떠가지고 뒤울안으로 가서 처마밑 으슥한 곳에 숨어 훌훌 불며 떠먹기 시작했다. 물을 길어가지고 들어온 며느리도 시아버지가 없는것을 보고 팥죽이 더 먹고싶어 한그릇 떴다.

그리고는 시아버지가 들어오면 어쩌나 하며 걱정하다가 그도 역시 시아버지와 같은 생각으로 뒤울안으로 갔다. 그런데 시아버지가 이미 처마밑에 먼저 와 쭈그리고 앉아있는것이 아닌가. 며느리는 시아버지에게 들킨것이 창피하여 엉겁결에 팥죽바가지를 시아버지에게 내밀었다.

《아버님, 팥죽 잡수세요.》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오는것을 보자 너무 급해맞아 얼른 감투를 벗어 먹던 팥죽을 담고 다시 썼다. 그러자 팥죽이 땀처럼 이마로 줄줄 흘러내렸다. 며느리가 팥죽을 권하자 시아버지는 시치미를 뗐다.

《며늘애야, 팥죽을 먹지 않아도 팥죽같은 땀이 이렇게 이마에서 뚝뚝 떨어지는구나. 에, 덥다. 에, 더워.》 시아버지와 며느리는 창피하여 서로 얼굴을 붉힌채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쩔쩔맸다.

이런 일이 있은 후부터 며느리는 무엇이 하나 생기면 이전보다 더 극성스럽게 시아버지에게 대접하고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그 마음에 맞추어 그를 끔찍이 대해주며 살았다. 몇달이 지나 아들이 돌아왔는데 그들 셋은 그동안의 일을 두고 밤새 웃음꽃을 피웠다고 한다.

♣ 최령감의 김치

옛날 어느 마을에 놀고 먹는 최령감이 살고있었다. 그에게는 령감을 극진히 위해주는 마음이 곱고 부지런한 안해가 있었다. 그런데도 최령감은 밥상에 마주앉을 때마다 음식타발을 하였다.

어느날 령감은 점심상을 받아놓고 저가락을 휘휘 저으며 《여보 마누라, 우리 집 김치맛은 왜 이꼴이요. 앞뒤집 김치도 같은 무우에 같은 배추겠지 ? 그래 솜씨가 이게 다요?》하고 호통질을 하였다.

마누라는 늘 들어오는 잔소리인지라 《아 정 김치맛이 없다면 앞집에 가서 맛좋은 김치를 한그릇 얻어오리다》하고 공손히 한마디 하고는 문밖으로 나갔다.

한참 밖에 서서 령감의 동정을 살피던 안해는 제집 김치독에서 김치를 퍼가지고 들어와서 령감앞에 내놓으며 《많이 잡수시오. 맛있는 김치를 한가득 얻어왔소》하고 말하였다.

최령감은 앞집김치라는 말에 밥 한그릇을 맛있게 먹고나서 《허허 참 김치맛 좋군! 김치맛은 이쯤 돼야지》하고 흡족해하였다.

♣ 깨진 옹기그릇

옛날 어느 마을에 자그마한 초가집이 한채 있었다. 이 집에서는 열둬살가량 되는 총각애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늙은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있었다. 어느날이였다. 이웃마을에 갔던 총각애의 어머니는 갓난애기의 주먹만큼한 옹기그릇 하나를 가지고 돌아왔다.

《어머니, 그건 뭣하려구 가져왔나요?》 총각애는 어머니를 쳐다보며 물었다. 《너의 할아버지 밥그릇으로 쓰자구 가져왔다.》 어머니의 말에 총각애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옹기그릇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또 입을 열었다.

《요렇게 작은 옹기그릇에 밥을 담아드리면 할아버지가 배고파하시지 않나요?》 아들애의 말에 어머니는 시끄러운듯 한마디 툭 하였다. 《누가 너더러 그런 걱정하랬니? 할아버지는 일을 하지 않고 늘 방안에 가만 앉아만 있으니 요만큼 잡숴도 배고파하지 않는다.》

그날 저녁이였다. 저녁밥을 다 지은 총각애의 어머니는 작은 옹기그릇에 밥을 담아 아들을 시켜 할아버지에게 드렸다. 손자가 내주는 옹기그릇을 받아든 할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했다. 밥이 담긴 작은 옹기그릇을 든 손은 부들부들 떨리였다.

그 바람에 손에 들었던 옹기그릇이 《쨍가당!》하고 방바닥에 떨어져 박산나고말았다. 총각애는 얼른 깨여진 옹기그릇쪼각들을 집어들고 이리저리 맞추어보며 할아버지한테 말했다. 《할아버지두 참, 이 옹기그릇을 왜 깼나요?》

총각애는 아쉬운듯 깨진 옹기그릇쪼각들을 만지작거리였다. 할아버지는 손자애를 바라보며 구슬픈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 그릇이 깨진게 그렇게 아쉬우냐?》 총각애는 고개를 끄덕이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야참, 이다음에 어머니가 할아버지처럼 늙으면 이 옹기그릇에 밥을 담아주려고 했는데…》

그때 부엌에서 밥을 푸다 아들애의 말을 들은 어머니는 한참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멍청히 서있었다. 그런 일이 있은후부터 총각애의 어머니는 날마다 늙은 할아버지한테 무득히 밥이 담긴 밥상을 차려드렸다.

♣ 자라탕의 진미를 몰라

청강 리제신은 김행, 김덕연과 더불어 소꿉시절부터 친우로서 공부도 함께 하고 과거도 함께 보았으며 또 세사람이 지은 책문을 한데 모아 한책으로 만들어 《분주탑시책》이라고 이름을 달아 세상에 내놓았다. 이렇게 막역한 사이여서 함께 놀며 가끔 재미있는 롱질도 벌렸다.

김행과 김덕연은 특별히 자라탕을 자주 먹었다. 그럴 때면 리제신은 퉤퉤 침을 뱉으며《저런 징그럽고 추한것을 선비가 어찌 입에 댄단 말인가. 자라를 먹는 사람은 그가 누구이건 나는 오랑캐로밖에 여기지 않으려네. 아무리 먹고싶어도 이후에는 그 추한것을 아예 먹지 말게.》라고 하였다.

행과 덕연은 눈을 꿈쩍이며 소곤거리였다. 《저 사람이 늘 저따위 소리를 하는데 우리 몰래 자라탕을 한번 먹이세. 그때에 어쩌는가 그 꼴을 보잔 말일세.》덕연의 집은 성산호우에 외따로 떨어져있었다. 어느날 셋은 성산에서 낚시질도 하고 련꽃구경도 하며 하루 놀자고 약속하고 모였다.

다른 손님들도 청하여 좌석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덕연이 점심상을 차렸는데 닭고기를 넣고 자라탕을 만들고 생강, 후추 등 양념도 잘하였다. 맛좋은 냄새가 코끝을 찔러 한결 구미를 돋구었다. 세사람은 큰 사발에 떠놓은 자라탕을 한사발씩 다 먹었다.

덕연이 《집이 가난하여 별다른 찬거리가 없기에 요사이 거둬들인 기장쌀을 넣고 살진 암닭을 잡았을뿐이네. 두형이 맛없다 않고 잘자시니 주인으로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네.》라고 하자 제신이 《내 평생 닭국을 먹다가 이렇게 맛있는것은 처음일세.》라고 하였다.

《더 들여올가?》 《정말 별맛이야. 한그릇 더 주면 좋겠네.》 한사발을 더 주자 제신은《어쩌면 닭국이 이렇게도 맛있을가.》하면서 또 후룩후룩 마시더니 빈 그릇만 상에 놓는것이였다.

행과 덕연은 웃으면서 《이 국맛이 자라탕과 비교하면 그 맛이 어떨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제신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맛있는 국을 먹고 배를 불렸는데 추한 소리는 왜 또 하는거요.》라고 하였다.

그때 덕연이 《자네 먹은 두그릇이 자라탕일세. 알겠나?》라고 하자 좌석에 앉았던 사람들이 손벽을 쳐대며 와 웃었다. 그제야 제신은 속히운줄 알고 땅바닥에 대고 구역질하는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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