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램프쿡 로고
    • 검색검색창 도움말
  •   
  • 우리술 연재칼럼

  • SNS 공유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
  • 이전페이지
  • 목차
  • 다음페이지
  • Chapter 11. 손기은의 혼술과 전통주
  • 이동

h2mark 혼술과 전통주 1P

♣ 혼술과 전통주 Part 1.

요즘 ‘혼술’이라는 말에 떠오르는 장면이라면 이런 것들이 아닐까. 가죽 소파에 앉아서 위스키 한잔을 홀짝이는 모습, 근사한 레스토랑의 바 스툴에 걸터 앉아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칵테일을 마시는 모습, 넷플릭스를 켜두고 시원한 맥주를 꿀떡꿀떡 넘기는 모습…

이런 몇 가지 떠오르는 모습들 중에 혹시 전통주를 마시는 장면을 떠올려본 적이 있었던가? 막걸리를 사발에 따르고 천천히 우아하게 즐기는 ‘혼술’이라? 어쩐지 좀 청승 맞거나 사연 있어 보이는 것 같아서 도전하기가 두려워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나에게 제일 처음 혼자 술을 마신 ‘혼술’ 경험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그건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에서 혼자 마신 동동주다. 대학시절 과제가 있어 광장시장을 몇 시간 돌아다니다가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해 낙담한 마음에 해가 중천에 떠 있던 그 시간에 혼자 동동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녹두 빈대떡의 기름진 맛을 동동주가 씻어내주고, 동동주의 달콤쌉사름한 기운을 다시 빈대떡이 감싸 안아주는 무한 루프에 빠져 주변 사람들이 수근거리던 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달까.

그때의 그 경험으로 나는 ‘혼술’의 허들을 훌쩍 넘었을 뿐만 아니라, 조금 더 어른이 된 기분까지 느낄 수 있었다. 10년도 더 지난 그 경험을 요즘 다시 한다면 어떨까? 전통주로 ‘혼술’을 즐겨본다면 말이다. 전통주로 혼술을 즐기는 방법은 늘어난 전통주의 종류만큼이나 많아졌다.

집에서 마신다면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전통주와 후딱 조리할 수 있는 안주를 하나를 고르면 되고, 밖에서 마신다면 전통주를 판매하는 다양한 선택지의 식당과 안주를 고르면 된다.

어떤 방향이든 전통주라는 속성이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마시는 상황에 더 어울리는 게 사실이지만, 뭐, 이젠 전통주도 기꺼이 ‘혼술’의 대상이 될 수 세상인 걸. 전통주로 즐기는 ‘혼술’을 추천할 생각을 하니 머릿속에 좀 특별한 한 곳이 떠올랐다.

통의동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는 찻집 ‘일상다반사’다. 이곳은 전통차와 차를 이용한 음료를 파는 찻집인데 전통주와 전통주을 베이스로 만든 칵테일이 메뉴판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다.

대잎 대통주, 전주 이강주, 함양 솔송주, 문경바람 등으로 만든 칵테일은 점심에 주문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고, 전통주 맛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잔술은 저녁 시간 혼술에 딱 어울린다.

전통주 병이 눈 앞에 보여서 남들 보기에 좀 머쓱할 일도 없고, 홀로 잔에 술을 따라가며 마시지 않아도 돼서 괜히 눈치볼 일도 없다. 시간이 느릿하게 가는 듯한 안정된 인테리어, 창 밖의 모습이 그대로 그림이 되는 전면 유리창 덕분에 이 가게에 앉으면 혼자 있어도 허전하거나 썰렁한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어느 땐 와인 한잔보다도, 칵테일 한잔보다도 익숙한 향과 편안한 맛으로 나를 달래는 전통주 한잔이 ‘혼술’의 친구가 될 때도 있다. 하루 동안 이런저런 복잡한 일에 시달렸다면 이곳에서 전통주 한잔을 곁들이며 머릿속을 달래보자.

■ 손기은 Columnist
손기은 칼럼니스트
직업 GQ KOREA 피처 디렉터

손기은은 남성 라이프스타일 월간지 ‘GQ KOREA’에서 음식과 술을 담당하는 피처 에디터로 9년 째 일하고 있다. 이제 막 문을 연 레스토랑의 셰프부터 재야의 술꾼과 재래시장의 할머니까지 모두 취재 대상으로 삼는다.

특히 요즘은 제대로 만든 칵테일 한 잔을 즐기기 위해 바와 바를 넘나드는 중이다. 바람이 불면 술을 마신다. 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란 없으니까...

  • 이전페이지
  • 목차
  • 다음페이지
  • 자료출처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aT농수산식품유통공사 •더술닷컴
  • 자료출처 바로가기

향토음식 한반도통합본 후원금 모금안내 향토음식 한반도통합본 후원금 모금안내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