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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2. 한국음식의 문화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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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음식연구의 제 차원

1) 지식체계 및 과학(기술)으로서의 음식 : good to eat

먹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몸에 이로운 것을 우리의 소화기관에 넣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식의 분류에는 먹기에 좋은, 즉 이로운 것을 선별하는 지식체계가 있는 법이다. 전통적으로 음식은 의료체계에서 취급되어 왔다. 흔히 특정 음식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거나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바, 예부터 음식요법, 즉 식료(食療)가 중시되었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의식동원(醫食同源)이나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왔으며 식이(食餌)요법이라는 지식체계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토불이의 아이디어가 강하게 대두되었다.

즉, 자신이 태어나서 성장한 생태환경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이 가장 몸에 좋다는 아이디어는 향토음식과 민족음식을 규정하고 그 특징이나 우월성을 강조하게 만든다(김광억, 1994).

내륙지방에서는 밀을 비롯하여 소위 밭곡식과 채소와 육류가 주류를 이루고 해안지역에서는 어패류와 그리고 온난지대에는 쌀이 주곡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모두 생태환경에 따라 음식의 종류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자연히 음식의 종류뿐만 아니라 그 요리방식과 내용은 기후에 따른 지역적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같은 육류요리라도 한랭 지역은 기름기가 많은 육류를 선호하고 온난한 지역에서는 담백하고 기름기가 적은 음식을 먹게 된다. 음식의 종류나 성격은 곧 생태환경과 기후조건에 대한 인간의 적응기제에서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허준이 쓴《동의보감》의 내용은 식물(食物)에 대한 지식의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의학은 식재료나 음식을 통하여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를 하는 지식체계이며, 우리의 음식과 음식 행위를 잘 분석해 보면 흥미롭게도 그것은 예부터 내려오는 우리 민족과 지역사회의 전통적 의료지식체계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컨대 한국에서 게와 꿀처럼 어떤 음식은 상극이니 함께 먹어서는 안 되거나 돼지고기를 먹을 때에는 새우와 함께 먹어야 하는 것이나 어떤 음식은 상호보완적이므로 짝을 이루어 먹어야 한다는 관행 또는 풍속은 전통적 민간과학, 혹은 지식체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전통불고기는 숯불 위에 석쇠를 얹고 그 위에 고기를 얹어서 굽는 것이다. 양념이 많지 않으며 마늘을 다져서 묻히거나 마늘과 함께 먹는다. 이것은 불과 고기 사이에 공간을 두어서 기름기를 적당히 뺀다는 점과 마늘이 고기를 부드럽게 하고 콜레스테롤을 분해한다는 점이 들어있는 요리법이다.

개고기요리를 즐기는 한국인의 모습이 어떤 서양인에게는 야만적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Walraven, 2002) 사실 개고기는 좋은 콜레스테롤이 많아서 허약한 사람이나 환자에게는 보신제로서 효과가 있다. 여름에 보신탕에 토란 줄기를 넣고 끓이는 것은 개고기가 열을 식혀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연근(연뿌리) 역시 몸을 식히는 작용을 하므로 여름에 먹는 것이 좋으며, 겨울에 잘 먹지 않는 이유도 그러한 열량 조절의 원리와 연관된다. 생강, 대추, 파 특히 하얀 뿌리 부분은 발열작용을 촉진하므로 겨울에 많이 먹는데, 열을 내게 하여 해열을 하기 때문에 특히 감기에 사용하는 민간 전통 의료 처방의 하나이다.

같은 이유로서 여름에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을 위하여 이런 재료를 넣은 요리를 먹기도 한다. 여기서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하여 몸매가 날씬한 것은 상대적으로 담백한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이며, 고기를 먹을 때 마늘을 많이 먹어서 콜레스테롤을 분해하기 때문 이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볼 수 있다.

또한 한국인은 평소에 채소를 많이 섭취하여 섬유질을 확보하고 있어서 대장암 발생률이 낮은데, 최근에는 고기 위주의 서구식 음식소비가 증가하면서 대장암과 고지 혈증 그리고 당뇨병 등이 젊은이들에게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는 그들의 식생활 관행과 관련이 있다.

2) 미학(예술)의 장으로서의 음식 : good to enjoy

그러나 식사란 반드시 과학적 지식을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영양분이나 의약학적 성분과 관계없이 우리는 음식의 모양, 색깔, 냄새, 담겨지는 그릇이나 식탁차림의 예술적 취향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즉, 음식은 미적인 감각을 가지고 즐기는 대상이며 식사 행위는 곧 그 즐기는 수단이자 과정이다.

식탁이라는 단어가 식량공급의 정치경제학적 혹은 사회학적 문제를 연상시키기보다 자주 미식가들의 음식 감상의 자리(epicurian table) 혹은 생활의 여유와 세련됨을 음식으로써 즐기는 공간 (gastronomic space)의 의미로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식사, 즉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단지 어떤 먹을거리를 씹어서 식도를 통하여 위장에 넣는 과정이 아니라 코와 혀, 눈과 심지어 귀로써 아름다움과 기분 좋은 감정적 상태를 감상하며 손이나 치아와 혀에 닿는 특별한 감각을 즐기는 예술적 행위이자 과정이다.

음식을 씹는 특별한 소리나 음식을 담은 그릇이나 기구의 부딪치는 소리 역시 식사의 품질이나 종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나아가서 제공되는 음식의 온도나 단단함 혹은 부드러움의 다양한 정도에 따라서 동일한 재료라도 그 맛과 실질적인 기능 그리고 음식의 등급이 정해진다.

음식에 따라서는 그것을 가장 잘 감상하기 위한 최적의 온도나 단단함 혹은 부드러움의 정도에 관한 기준이 있다. 즉, 음식은 후각·미각·시각·청각·촉각·온도·단단함(부드러움) 등 감각의 제 차원에 연결되어 평가되며, 이는 민족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우리나라에서 밥은 진밥에서 된밥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며 또한 음식이 주는 감각을 표현하는 다양한 형용사가 있다.

구수함, 얼큰함, 매콤함, 뜨거운 것이나 매운것을 먹고 나서 하는 시원하다는 말, 느끼함, 그리고 이(빨)에 딱 맞다, 꼬들꼬들하다, 쫄깃쫄깃하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입안에 감친다 등의 표현은 다른 언어로는 번역하기가 쉽지 않은 한국인의 독특한 감정과 미각체계를 말해 준다.

맛과 냄새를 즐긴다는 것은 그 음식뿐만 아니라 그 음식이 속한 문화체계에 대한 친근감을 의미한다. 이전에 김치와 된장은 그 맛과 냄새를 서양인들이 싫어하였으므로 한식은 외국인에게는 내어놓을 수 없는 기피 항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음식을 즐기는 서양인이 늘어났고 나아가서는 이전에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매운맛을 오히려 즐기게 되었다. 달리 말하자면 음식 자체가 변한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의 맛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며, 또한 즐기는 맛과 냄새가 새롭게 개발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인 역시 김치와 된장찌개 그리고 고추장을 한국음식의 대표 자랑거리로서 드러내게 되었다. 사실 맛의 다양함 혹은 풍부함은 그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이지만 조리의 기술체계가 복잡해지고 과정에 다양한 방법과 재료가 복합될수록 요리는 발달하게 된다.

중국과 한국은 그 요리과정과 기술 및 재료의 복합성과 복잡성 그리고 다양성으로 인하여 요리가 발달한 반면 일본은 엄밀히 말하여 요리 자체가 발달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현대에 와서 서양인들의 자연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간단하고 단순함의 미학을 찾게 되면서 오히려 일본음식의 단순한 맛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찬양하게 된 풍조가 생긴 것이다.

이에는 또한 일찍부터 서양인들에게 서양과 대비되는 동양으로서의 일본이 중국에 비하여 신비하고 신기함을 형상화 되어온 것이 음식에 대한 품평 기준과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일본의 고급식당에서는 음식의 맛이 단순한 반면 음식에 인공적인 장식을 가하고 그릇과 담아내는 방식에 더 정성을 들임으로써 독특한 식사 분위기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음식의 장식과 그릇보다는 풍족하게 담아내는 양식과 음식 자체의 풍부한 색깔에서 미학적인 특징을 갖는다. 색깔의 다양성과 화려함이 한국음식이 다른 음식에 비하여 상대적인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3) 문화실천과 음식 : good to think

한 민족의 전통적인 음식의 분류는 그 민족문화의 상징분류체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따라서 음식과 관련된 행위는 바로 문화의 상징을 실천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가 음식을 만들거나 소비할 때 가장 관심을 쏟는 부분은 상징의 실천이다.

실질적인 기능이나 효과, 즉 영양이나 의료 수단으로서의 음식 못지않게 음식에 관련된 상징과 의미를 확인하고 실천하는 데에 더 관심을 쏟는 경우가 많다

흔히 우리가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이라고 구분할 때 그것은 그 음식의 영양가나 의학적인 실제의 효과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에 부여하는 문화적 의미와 상징과 가치를 말한다. 그러므로 음식은 먹기에 좋은 것(good to eat)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좋은 것(good to think)이다(김광억, 1994; 한경구, 1994).

예컨대 한국에서 소고기는 모든 육류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에 속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더 선호되며 이슬람을 믿는 아랍 국가에서는 양고기가 가장 선호되며 돼지고기는 금기에 속한다.

이는 물론 기후와 자연환경 조건이 돼지나 양을 기르고 저장하는데 적합하지 않아서 그 금기와 선호의 대상이 오랜 세월의 음식 관행 형성 과정을 거쳐 정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그 동물의 모습이나 특징에 종교적·문화적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민족의 도덕체계와 상징체계로 편입되었으며, 이에 따라 음식은 그 영양가나 의학적인 효과 여부와 관계없이 금기와 선호 그리고 소비되는 기회나 방식이 정해지고 어릴 때부터 그것에 익숙해지도록 훈육된다.

동식물에 대하여 그 모양과 특징과 행태로부터 인간은 문화적 의미와 심지어 능력 혹은 효과에 관한 상징과 상상적 지식을 부여하고 분류한다. 그리하여 지능, 정력, 건강, 질병 및 치병에 관련된 음식분류체계를 만들어 낸다.

남녀에 따라 음식을 구별하거나 같은 음식 혹은 음식재료라도 남녀에 따라 그 효과가 달리 작용한다고 말하는 것 은 성차(gender)의 문화체계를 반영한다.

예컨대, 장어요리나 염소요리를 두고 한국에서는 남자에는 정력강장의 효과가 있고 여자에게는 피부미용에 좋다고 말하는 것은 한국에서 남자는 정력이 강한 것이 좋은 것이고 대신에 피부가 보드랍고 깨끗하면 남자가 아니며 여성에게는 역시 그 반대의 가치가 적용되는 문화적 사고방식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개고기는 평소에는 영양가를 따져서 즐기더라도 종교적인 행사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생전에 보신탕을 좋아했던 조상일지라도 그 제사상에 개고기는 올리지 않는다. 이는 한국문화 체계에서 동물에 대한 상징과 관련되는 것이다(김광억, 1994).

즉, 한국의 동물의 상징분류체계에 의하면 개나 뱀은 그 품성이나 도덕적 자질에 있어서 이상적인 인간성 혹은 순수와 신성함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범주에 속한다. 일반적으로는 사람의 성품을 논할 때 부정적인 요소를 개나 뱀과 결부시켜서 서술하고 비난이나 욕지거리를 할 때에도 이러한 범주의 동물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인간과 초인간이 소통하는 신성한 의례에 이러한 부정한 요소가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곧 음식은 정상과 비정상, 성스러움과 세속, 도덕과 윤리와 가치에 있어서 바람직한 것과 기피해야 할 것 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확인하는 하나의 수단이자 공간이 된다.

임산부는 닭고기의 껍질이나 토끼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금기가 있는데, 이는 금기를 어길 시에 태어나는 아기의 피부가 닭처럼 거칠거나 토끼의 입처럼 언청이가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러한 특정 음식에 대한 금기는 과학적 지식의 적용이 아니라 음식 선별에 유감주술적(類感呪術的) 상상력이 작용함을 의미한다.

상징과 의미는 음식 자체뿐만 아니라 소위 식탁매너에도 적용된다. 식사에 임하는 그리고 좌석이나 음식소비의 순서가 남녀노소의 성과 연령, 그리고 사회적 지위와 권력의 크기에 따라서 정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매너는 곧 문화체계를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종종 음식 그 자체보다 더 중시된다.

음식을 문화의 실천장으로 삼는 것은 특히 종교와 관련된다. 불교에서는 기본적으로 육식을 금하고 마늘과 고추와 같은 소위 오신채의 사용을 금한다.

사찰음식은 소식 (素食)이라 하는데 소박하다는 뜻으로 세속적인 욕망을 벗어나는 상징적 체험을 상상하게 해주며 또한 육류가 아닌 채소류로 만든 음식이라는 뜻으로 육식에 시달린 현대인에게 심신의 건강과 순수를 보장하는 대체의학적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채식의 유행과 더불어 사찰음식의 대중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음식에는 또한 색깔의 상징분류가 적용되기도 한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최근 일부 학자들은 우리나라 음식은 기본적으로 청·홍·백·황·흑의 다섯 가지 색깔이 사용되는데, 이는 음양오행설을 반영한다고 하고 비빔밥과 김치에 이 세계관이 실천된다는 이론의 정립을 시도하고 있다(정혜경, 2007).

한국과 중국에서 음양의 분류는 찬 음식과 더운 음식의 분류체계와 연관되며 또한 남성과 여성에 따른 음식 사용의 차이가 있는데 이러한 분류체계는 한의학에서 제시하는 음식의 분류에 대한 철학 및 과학의 체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음식소비 방식에는 나눔의 윤리와 위계질서의 실천원리가 깃들어 있다. 큰 상(床) 차림은 당사자가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물림(退膳)이라 하여 아래로 내려가면서 음식이 분배되는 것이며, 이를 통하여 음식 공동체와 내적인 서열체제가 확인되고 실천되며 또한 전수되는 것이다(Moon, 2010).

잔칫상이 거창하게 준비되는 것은 그 자체가 당사자의 집안에서의 위치와 그 집안이 대외적으로 갖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지위를 표현하며 또한 모든 사람에게 선물로서 나누어 주는 호의와 아량의 실천 기제로서 마련하는 것이다.

식사하기 전에 그것은 진설되고 많은 사람 들이 둘러서서 감상하고 품평을 한다. 그것은 준비한 집안의 전통 수준과 부녀들의 솜씨, 팀워크 그리고 팀워크를 이끌어 나가는 시어머니나 맏며느리 혹은 집안의 여성 어른의 권위와 능력의 증명이기도 하다.

이러한 식탁 차림과 상물림의 문화전통을 모르면 한국인의 식탁 차림, 특히 잔칫상 차림의 거창함 속에 깃들어 있는 한국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개별적인 접시요리를 먹거나 각자의 접시를 갖는 현대 서구인의 식사관행의 맥락에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한국인의 전통적인 상차림은 낭비나 과시욕구의 비이성적 비합리적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처음에는 한 사람이 먹기에는 너무나 거창하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남김없이 소비되는 것이다. 즉, 주인을 시작으로 하여 모든 식구와 소위 하인 그리고 과객과 가난한 사람, 개나 돼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음식의 완전한 소비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음식을 남긴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먹을 것을 남겨 준다는 공동체 윤리에 의한 관습이지만, 이를 일제 식민주의자들과 서양 선교사들이 오해하여 전근대적인 과시와 비합리적인 낭비행위로 매도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음식 남기기나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많이 준비하는 것에 대한 근대화 이론에 의한 비판이 자리 잡게 되었다.

물론 요즘은 이웃과의 공동체적 관계나 대가족 생활, 그리고 손님을 집안에서 치르기 등이 없어진 새로운 생활방식 속에서 전통적인 밥상 물리기나 선물로서 음식을 제공하는 풍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4) 과학과 예술과 문화의 복합체계로서의 음식

음식은 고도의 지식과 기술, 예술이 결합된 종합문화의 결정체이다. 특히, 오늘날 건강과 몸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이에 따라 음식과 의료의 관계에 관한 지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서 식생활은 이제 더욱 종합문화의 실천장으로서 자리를 잡고 음식에 대한 자연과학과 인문학적 그리고 예술적 지식이 일상적 대화의 주된 관심사로서 보편화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통적인 한국음식과 식재료 그리고 식사관행이 한국인의 신체적 특성과 건강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전에 서구화를 지향하는 현대화 과정에서 식생활의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우리의 전통음식은 기피되었으나 지금 그 우수성과 과학성이 증명됨에 따라 우리 음식 먹기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함께 서구음식의 보급이 강하게 전개되어 오늘날 한국인의 식생활은 세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특히, 젊은 세대가 육류에 치중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채식성 식생활을 멀리함으로써 비만과 그에 따른 새로운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서양인에게 많은 대장암, 고지혈증, 당뇨와 고혈압 등의 질 환이 점차 한국인에게 특히 40대 이하의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도 서구식 식생활의 증가에 기인하는 것이다. 최근 된장, 김치, 곡식, 채소, 두부, 젓갈 등의 음식재료가 갖는 의료 및 영양학적 우수성이 증명되고 있다.

이는 한국음식이 갑자기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인의 식생활 관행이나 음식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서구적인 것을 발전의 모델로 삼는 풍조가 지배적이어서, ‘토착적’ 혹은 ‘토종’이라는 다소 멸시적인 단어로 묘사되었던 한국의 전통음식은 다른 전통문화와 마찬가지로 버려야 할 낙후와 비과학적인 것으로 취급되었다.

맛에 대해서도 맵고 짜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거론되며 그것이 만병의 근원인 것으로 비판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탈현대성의 추구 혹은 역사적 기억의 재생욕구 그리고 자기 되찾기라는 문화민족주의적 성향의 유행에 따라 이러한 전근대적인 것으로 인식하였던 전통 향토음식이 향수(鄕愁)음식으로서 낭만적 분위기 속에서 재생하기 시작하였다(Kim, 2001).

여기에 웰빙 개념이 새로운 중산층의 라이프 스타일을 규정하면서 식재료와 조리법과 음식의 내용이 바뀌고 있다(Mathews & Izquierdo, 2009). 그 하나로 채소와 과일, 소량의 간편한 식사, 그리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요리의 발달을 보게 된다. 자연식에 가까운 조리법이 선호된다.

이러한 웰빙 식생활에는 무공해 식품과 유기농 식품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환경오염과 유전자 변형 식품의 생산과 연관되어 식품안전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발전되고 있다.

점차 전 세계적으로 과학적 지식과 음식이 결합할 뿐만 아니라 웰빙 철학과 취향에 의하여 음식은 예술적으로 만들어지고 제공되며, 그러한 음식은 삶의 의미를 즐기는 중산층의 중요한 생활 영역의 하나로 선택되고 있다.

문화와 자기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고 이를 물질적으로 형상화할 경제적 능력이 갖추어지면서 민족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문화체계의 항목으로서 소위 민족요리 혹은 음식이 재조명, 재생산되며 이 흐름 속에서 특히 쌀과 김치 그리고 불고기가 그 핵심 항목으로 거론된다(김광억, 1994; 한경구, 1994; Kim, 2006).

동시에 글로벌시대에 따른 탈민족주의적 성향의 대두는 식생활의 탈민족적 다양화를 불어오고 새로운 유형의 문화 창조라는 맥락에서 여러 민족의 음식 전통을 혼합하여 제3의 음식을 만들어 즐기는 퓨전음식이 또한 유행한다. 그러므로 음식은 과학과 예술 그리고 문화의 복합적인 체계 속에서 정의되고 생산되며 소비되는 것이다.

이전에는 음식이 생태환경, 지역, 민족, 국가에 따라 각각 그 특징과 전통을 갖는 ‘경계 안에서의 문화’를 대변하는 것이었지만 글로벌시대에 들어 와서 문화가 아주 원활하게 탈경계적으로 유동하고 교류하게 됨에 따라서 식생활 영역에서도 문화적 이질화와 다양화가 급격히 증대되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신기하고 참신하며 다양한 문화를 음식을 통하여 즐기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음식의 탈민족화가 이루어질수록 또 한편에서는 문화정체성에 대한 관심 이 전통음식의 재생산을 통하여 세련되는 성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전통음식의 긍정적인 측면이 글로벌리제이션에 대응하여 새롭게 조명되고 있고 나아가서 ‘궁중요리’가 재발명되어 상품화하고 있다(Moon,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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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출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전통한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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