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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4. 찌개/전골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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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부대찌개

부대찌개는 군부대 인근에서 흘러나온 음식을 가지고 만든 음식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에서 처음으로 부대찌개를 만들어 팔았다는 오뎅식당의 주인의 증언을 빌면, 처음 이 부대찌개는 막걸리 안주였다고 한다.

전골판에 버터와 쏘세지, 햄, 양배추, 양파 등을 놓고 볶아낸 싸구려 안주였다. 여기에 고추장과 김치, 그리고 육수를 부어 국물있는 찌개 형태로 만든 것이 지금의 부대찌개라는 것이다.

쏘세지, 햄 등을 채소와 볶아서 만든 것이었기에 의정부, 동두천, 송탄 등의 미군 부대 인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부대의 잔반을 이용하다가, 차츰 미군 부대에서 음성적으로 유출되는 가공육을 사용하고, 더 나중에는 합법적으로 수입된 햄이나 국산 햄을 이용하게 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을 것이다.

부대찌개 맛있는 한식이야기

전쟁은 파괴를 상징한다. 인류도, 도시도, 문화도 전쟁을 거치면서 거의 대부분이 부서지고 무너진다. 그리고 인류는 전쟁이 끝난 후 폐허 위에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그러나 전쟁=파괴의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음식일 것이다. 전쟁이란 때때로 새로운 음식 탄생의 기원이 되기도 하고 또는 음식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기념행사 중에 전쟁음식 시식회가 열린 적이 있었다. 강냉이죽, 보리주먹밥, 쑥개 떡 등을 먹으며 어르신들은 피난시절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고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 세대는 단편적으로나마 전쟁을 체험할 수 있었다.

전쟁 속 피난에 나선 사람들은 먹을 것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고 그나마 이런 음식들로 허기를 달랠 수 있었다. 지금이야 워낙 맛있는 것이 많은 데다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음식들이 입에 잘 맞지 않지만 끼니를 거르는 날이 더 많았던 당시에는 이런 음식들이 정말 최고의 만찬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전쟁의 비극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음식은 뭐니 뭐니해도 부대찌개일 것이다.

의정부 부대찌개 맛있는 한식이야기

햄과 소시지, 미국식 콩 통조림 등의 서양재료를 넣어 김치, 고추장과 함께 얼큰한 우리식의 찌개로 끓여낸 이 부대찌개는 전쟁 끝나고 미군이 주둔하면서 미군부대의 철망을 몰래 빠져 나온 소시지와 햄 등 일명 ‘부대고기’라고 하는 식재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도 전쟁의 폐허 속에선 설사 한번 안하고 허기를 달랠 수 있었다. 느끼한 맛을 없애기 위해 김치와 고추장을 넣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많은 식구들의 입을 채우기 위해 양을 늘린 것으로 이해된다.

이렇게 부대찌개의 유래를 보면 우리에게는 참으로 아픈 기억을 담은 음식이 바로 부대찌개이다. 부대찌개는 그 이름 자체로도 평범치 않다. 음식 이름에 붙기엔 좀 어울리지 않는 듯한 군부대가 떡하니 붙어있기 때문이다.

유래를 모르는 애들은 군대에서 군인들이 즐겨먹던 음식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대찌개는 군대에서 즐겨먹던 음식이 아니라 미군 부대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만들어 먹던 음식이다.

전쟁 후 생활이 어려워 고기를 구하기 힘들자 미군부대가 주둔했던 의정부 등에서 미군들이 먹다 남은 소시지, 햄 등을 넣어 만든 것이다.

당시에는 미국 대통령인 린든 B. 존슨의 성을 따서 ‘존슨탕’ 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아픈 역사와 함께 잊을 수 없는 맛의 부대찌개가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퓨전요리로 볼 수 있다.

부대찌개는 우리의 음식들이 융합된 것이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퓨전이라는 외래어를 붙이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 부대찌개는 전쟁이 끝난 지 반백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사랑을 받는 우리네 음식이 되었다.

의정부 부대찌개 축제 맛있는 한식이야기
▲ 의정부 부대찌개 축제

원조 부대찌개의 발상지는 미군부대로 상징되는 의정부이다. 부대찌개집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지금의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의정부시는 부대찌개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자 의정부가 부대찌개의 원조임을 알려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1998년 11월 1일에 ‘의정부 명물 찌개 거리’라는 정식 명칭으로 개발 보존하고 있다.

그러나 부대찌개라는 어감이 부정적이라 해서 의정부찌개로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으며 지금 의정부에는 부대찌개 앞에 반드시 의정부라는 말을 붙여서 쓴다.

이제는 퓨전요리의 대표주자로 온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부대찌개 전문점까지 등장했고, 최근엔 중국 베이징이나 일본 도쿄에서도 진출해 세계인들에게도 맛보이며 외화벌이의 재목으로 성장했다. 비록 우리의 아픈 역사가 만들어낸 음식이지만, 아픈 역사는 피하지 말고 당당히 먹어 치워야 한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이제는 당당히 국어사전에도 등재된 만큼 우리 음식이 된 부대찌개는 외국에까지 알려져 의정부 명물 부대찌개 골목은 외국인도 찾아오는 의정부관광의 제1명소가 될 정도라고 한다. 매운맛이 익숙하진 않지만 햄과 소세지의 맛 때문인지 부대찌개를 맛본 외국인들은 연신 땀을 흘리면서도 그 맛에 반한 듯 다시 찾는다고 한다.

♣ 최고의 요리비결 플러스 - 부대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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