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비지탕

♣ 소박한 재료로 꾸미지 않은 맛, 콩비지탕

우리 속담에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비지는 두부를 만든 후 남는 일종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 가난한 사람들의 음식이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속담과는 달리 비지는 부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도 영양이 뛰어난 음식이다.

♣ 재료 및 분량

콩비지 90g, 돼지고기 목살 20g, 배추김치 40g, 대파 30g, 다진 마늘 10g, 소금 3g, 식용유 약간, 물 600ml

♣ 만드는 법

❶ 돼지고기는 깍둑 썰고, 대파는 어슷하게 썬다.

❷ 김치는 속을 털어 내고 물에 헹군 뒤 송송 썬다.

❸ 냄비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돼지고기를 볶는다.

❹ 돼지고기가 반쯤 익으면 김치를 넣어 같이 볶는다.

❺ 김치가 투명하게 볶아지면 물과 콩비지를 넣어 끓인다.

❻ 물을 보충하면서 30분 이상 뭉근하게 끓인다.

❼ 어슷하게 썬 대파, 다진 마늘,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살짝 끓여 완성한다.

♣ 영양정보

♣ 조리 팁 & 참고

비지는 두부에 비해 콩 단백질량만 다소 적을 뿐 영양식품의 역할을 해내기에 손색이 없다. 비지는 두부보다 오히려 식이섬유소가 풍부하고 콩의 주요 영양소인 칼슘과 이소플라본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콩속에 함유된 이소플라본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비슷하여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고 불리며 골다공증 예방과 특히 폐경기 증후군 치료에 효과가 있다. 또 콩비지는 콩류 식품 가운데 식이섬유가 가장 풍부해서 장 기능이 원활하지 못한 젊은 여성에게 환영받고 있다.

과거의 비지는 두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의미하였으나 최근에는 콩비지는 콩을 갈아 만든 것을 뜻한다. 즉 두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로서의 비지가 아니라 아예 콩 자체를 갈아 집에서 ‘콩비지’를 만들어 요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콩을 물에 불려 갈아서 만든 가정식 콩비지는 오히려 두부보다 영양 측면에서 우세하다.

콩을 갈아 만든 콩비지탕은 원래 황해도나 평안도 지방에서 즐겨 먹는 향토 음식으로, 콩을 되게 갈아 쓴다고 해서 ‘되비지탕’이라고도 한다. 겨울철 아침에 날콩을 물에 담가서 하루 동안 불렸다가 저녁에 갈아서 돼지갈비, 신 김치 등을 넣고 끓이면 고소한 맛이 일품인 별미 음식이다.

특히나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한창인 겨울에는 뜨끈뜨끈한 음식이 그리워지는데, 콩비지탕을 끓여 밥 위에 김치와 비지를 얹어 한입 가득 넣으면 그 고소한 맛에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전통적인 콩비지 만들기는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다. 일단 콩을 갈기 위해서는 둘이서도 들기 힘든 맷돌을 씻어 함지박 안에 놓는 작업이 필요하다. 맷돌 두 짝을 거대한 함지박 안에 맞붙여 놓은 후 위의 맷돌에 파인 구멍에 불린 콩과 적당량의 물을 넣고 손잡이를 돌렸었다.

맷돌이 돌아갈 때마다 맷돌 사이로 갈린 흰 콩비지가 아래 맷돌에 흘러 거품과 함께 함지에 고이던 그 풍요로운 기억을 장성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콩비지탕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영양학적으로 무엇 하나 뒤지지 않으며 소박한 재료로 꾸미지 않은 맛을 지니고 있다. 고소한 콩비지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시래기나 표고버섯, 어느 식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김치를 넣어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신 김치와 돼지고기를 넣으면 그 맛이 뛰어나다. 콩의 영양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다 단백질의 대표 음식인 돼지고기까지 곁들이면 그야말로 제대로 된 단백질 요리가 탄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