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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미쉐린 스타를 처음 받은 날 ‘무니’ 김동욱 셰프

미쉐린 스타를 처음 받은 날 ‘무니’ 김동욱 셰프

청담동의 골목을 걷다 보면, 작은 정원을 앞에 둔 붉은 간판이 보입니다. 무니(無二), 둘도 없이 오롯함을 의미하는 이곳은 새롭게 1 스타를 받으며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1에 소개되었습니다.

계절 따라 피고 지는 자연의 모습을 접시에 옮기는 섬세한 손길로, 계절감을 담아낸 독창적인 가이세키 요리를 사케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식 레스토랑 무니의 김동욱 셰프가 그의 요리에 대한 열정과 무니의 요리 철학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Q. 어떻게 요리에 대한 열정을 가지게 되셨나요?

제가 고등학생이던 1997년 무렵에, 한국에 ‘미스터 초밥왕’이란 일본 만화책이 알려지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만화책의 흥행으로 신라호텔의 안효주 셰프님 비롯해 많은 일식 레스토랑의 셰프가 화제에 오르고, 언론의 주목을 받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저도 이 만화책을 재미있게 보았고, 일본 요리와 일식 셰프라는 직업에 관심을 두게 되며 일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본 요리에 빠져들게 되었어요.

Q. 셰프님의 롤 모델은 누구이신가요? 영향을 받은 특별한 인물이 있나요?

일본 요리를 제대로 배우려면 일본에 가서 문화를 직접 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일자리까지 얻게 되었지요. 이 과정에서 교토의 가이세키 레스토랑 기쿠노이와 로안 기쿠노이, 도쿄의 기쿠노이 아카사카의 오너 셰프인 무라타 요시히로 상을 곁에서 모시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사실 요시히로상은 제 롤모델보다는, 존경하고 따르는 스승님이시죠. 전통을 지키되,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는 스승님의 철학을 아직 가슴깊이 새기며 제 요리와 삶의 방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무니의 솥밥
▲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무니의 솥밥 ⓒsouthsea_morning

Q. 무니에서 선보이는 요리 철학은 무엇인가요?

가이세키의 기본을 따라, 계절감과 제철 식재료, 모든 요리의 기본이 되는 다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계절감’입니다. 손님 앞에 놓인 접시에서 사계절의 맛과 지방의 특색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계절감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제철 재료는, 생산자에게 바로 연락해 받습니다. 봄철 죽순과 고사리는 농부에게 직접 받는데, 유통되는 시간이 짧아지며 맛이 가장 좋은 시점에 신선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생산자와 오래 거래를 하게 되면, 원하는 작물의 크기와 상태에 대해 서로 이해하게 되며 점점 더 좋은 재료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요리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재료와 모양, 색이 모두 화려한 요리가 더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화려한 요리에 더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고도 생각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심플함 속의 깊이를 추구합니다.

제가 영감을 받는 일본의 레스토랑들도 오히려 심플함을 추구하는 추세가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직접 요리를 하니, 점점 덜어내면서도 좋은 맛을 내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이것이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하고 싶은 요리의 모습이기도 하고요. 심플함 속의 깊이와, 충분함 속에 여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유자 단지에 담은 시라코 이이무시
▲ 유자 단지에 담은 시라코 이이무시 ⓒ정유찬

Q.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는 무엇인지, 어떻게 활용하는지?

계절마다 재료가 달라지기 때문에 하나를 고르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의 자연산 송이를 가장 좋아합니다. 매년 가을이 되면 강원도 양양에 직접 방문해 송이를 받아 사용합니다.

일본 송이도 뛰어나지만, 양양의 송이는 향이 은은하고 아름다워 일본 송이에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합니다. 최근 국내에 중국산 송이도 품질 좋은 것들이 많이 유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직접 산지에서 바로 캔 송이는 향과 맛이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아마 유통되는 기간의 영향도 있겠지요.

가을 송이는 전채 요리부터 메인, 식사까지 모든 코스에 사용해도 잘 어울립니다. 한 해의 기다림이 결실을 맺는 가을의 계절감을 잘 표현할 수 있지요.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이렇게 뛰어난 식재료를 보면 셰프로서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Q.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하시는데, 그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술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됩니다. 아마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웠다면 와인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겼을 수도 있겠지요. 제가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 니혼슈(사케)를 접할 기회가 많았고,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케를 공부하고 전문가들을 알게 되며, 흔히 사케 소믈리에라고 부르는 ‘키키자케시’라는 직업도 알게 되었어요. 일본 요리를 배우는 사람으로써, 요리와 술의 궁합을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며 조금 더 깊이 배워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습니다. 기왕 배우는 김에 자격증도 취득하게 되었고요.

Q. 일식 요리에 어떻게 사케를 곁들이는 것이 좋을지, 가이드가 있다면요?

사케는 크게 네 가지 타입으로 나뉘는데, 각각 어울리는 요리도 달라집니다. 가장 먼저, 화려한 향과 경쾌한 맛의 쿤슈는 흰살생선회나 소금구이가 잘 어울립니다. 두 번째로 심플한 향과 담백한 맛이 매력적인 소슈는 두부요리나 담백한 채소요리와 정갈한 궁합을 뽐내죠.

향이 강하고, 맛도 진한 쥬쿠슈에 어울리는 요리는 조림이나 양념구이처럼 진한 맛의 요리가 좋습니다. 장어 간장 구이나 돼지고기 간장 조림이 대표적이죠. 마지막으로 온화한 향과 복합적인 맛의 준슈에는 생선튀김이나 스키야키 등이 잘 어울립니다.

무니의 오완 요리
▲ 무니의 오완 요리 ⓒsouthsea_morning

Q. 무니의 대표적인 요리와 사케를 추천해 주세요.

매달 콘다테(메뉴)가 바뀌기 때문에, 하나의 시그니처 요리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모든 요리에 정성을 쏟지만, 그중에서도 ‘완모노’라는 맑은 국물 요리에 가장 힘을 싣고 있습니다. 지금의 완모노는 담백한 복어살과 복어 이리가 주재료로 들어갑니다.

맑은 가쓰오다시에 복어를 넣은 이 담백하고 깔끔한 요리에는 은은하고 드라이한 다이긴죠 계열의 사케가 두루 잘 어울립니다. 입안을 적시는 상쾌한 향기와 드라이하고 깔끔한 뒷맛이 요리와 좋은 조화를 이루지요.

반대로, 누룩향과 강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강한 풍미의 사케는 섬세한 완모노와 마시기에는 과한 느낌이 있어 추천하지 않습니다. 술이나 음식 중 하나가 과하게 지배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서로를 살리는 것이 좋은 페어링입니다.

Q. 미쉐린 가이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미쉐린 가이드는 요리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쉽게 들어볼 수 있는 이름이지요. 저도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10대 무렵 자연스럽게 미쉐린 가이드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본 도쿄에서 요리 유학을 하던 시절,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가 이루어지며 조금 더 가까이에서 이 가이드를 접하게 되었지요.

무니의 새우 요리
▲ 무니의 새우 요리 ⓒsouthsea_morning

Q. 미쉐린 스타를 처음 받게 되었을 때…

사실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레스토랑을 준비하고 오픈하며,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어요. 스승님을 보며, 그리고 일본의 다양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경험하며, 미쉐린 셰프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일하는지 알고 있기에… 아직 제가 미쉐린 스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셰프가 미쉐린 스타를 받는다는 것의 의미는 엄청난 영광이자 긴 세월 노력해온 보상입니다. 아니, 그보다 더 큰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그 별을 지키기 위한 어려운 숙제가 될 도 있겠지요. 제가 미쉐린 스타를 받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떨떨했습니다.

특별히 종교는 없지만 감사의 기도를 올린 기억이 납니다. 저희 무니를 함께 이끌어온 동료들도, 오픈부터 지금까지 2년간 함께 이곳을 만들어 왔기에 이들이 없었다면 미쉐린 스타의 영광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소식에 다들 기뻐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마음이 들뜨지 않게 자중하자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무니에서 요리하는 셰프들의 모습
▲ 무니에서 요리하는 셰프들의 모습 ⓒsouthsea_morning

Q. 앞으로에 대한 계획도 궁금합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도 언젠가는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도 언젠가는 예전 일이 되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리라 믿습니다만, 이 유례없는 상황 전후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레스토랑에 방문하지 않거나, 무인 환경 속에서도 파인다이닝 수준의 고급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방식이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장기적으로는, 업장에서 직접 손님들을 모시는 것 외에 어떤 방법으로 무니의 메뉴를 소개해 드릴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는 합니다.

지금은 무니를 찾아 주신 고객분들이,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신선한 제철 식재료로 만든 요리와 사케를 통해 따뜻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먼 미래에 대한 계획보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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