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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충청은 오래된 문명의 땅이다. 박정배 칼럼니스트

충청은 오래된 문명의 땅이다 서해 간월도 간월암
▲ 서해 간월도 간월암

충청은 오래된 문명의 땅이다. 1만 5000년 전의 인류 최초의 청주 소로리 볍씨가 발굴된 쌀의 땅이기도 하다. 1896년에 13도제가 실시되면서 충청도는 충청남도·충청북도로 나누어졌다.

충청북도는 한반도의 한가운데 있으면서 바다가 없다. 충청남도는 구불구불한 서해안을 품고 있다. 논농사 밭농사로 생긴 곡식과 해산물이 적절하게 어울린 조화의 음식 문화가 꽃 피고 있다

충북의 중부 내륙 산간 지방에서는 산채와 버섯들이 많아 죽,

국수, 수제비, 범벅 등도 많고, 호박도 유명하다. 떡도 많이 만든다.

서해안에서는 굴이나 조갯살 등으로 국물을 내어 떡국이나 칼국수를 끓이기도 하고 된장을 즐겨 이용한다.

충청도 음식의 특징으로 양념은 그리 많이 넣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려 담백하고 구수하고 소박하다.

‘한국의 전통음식’ 중에서

♣ 1920년대 잡지 속에 나타난 충청도 음식

1920년대 잡지 별건곤 팔도대표 八道代表 의 팔도 八道 자랑에는 충청도의 음식들이 등장한다.

‘논산 강경 論山江景 의 곡물 穀物 은 어느 도 道 어느 뜰에서 지지안소. 서사 瑞山 의 어리굴젓은 전조선의 대표적 명물임니다. / 1925년 7월 1일’

별건곤 제16·17호에 실린 ‘팔도 여자 살림살이 평판기’ 기사에는,

‘황윤 黃澗 영동 永同 의 여자들은 연감 軟柿 을 만히 먹어서 두 볼이 퉁퉁하고 청산 靑山 보은 報恩 여자는 대초(대추) 만히 먹어서 입이 뾰족하고 충주 忠州제천 堤川 여자는 황색 연초 바람에 코끗이 노랏코 예산 禮山 여자는 쌀밥을 만히 먹어 배가 불으고 온양 溫陽 여자는 온천욕 溫泉浴 을 만히 하야 살결이 보드랍고 서산 瑞山 여자는 어리굴젓을 만히 먹어 입살이 붉고 천안 天安 여자는 호도를 만히 먹어 곰보 만코 성환 成歡 여자는 개고사과(참외이름)를 만히 먹어 살빗이 검은 것도 한 특색이다. / 1928년 12월 1일’고 나온다.

또, 1929년 12월 1일 자 별견곤의 기사에는 충청도의 메밀묵 예찬이 가득하다.

‘충청도에 가면 서울의 선술집이나 설넝탕집처럼 골목골목에 묵집이 잇다. 쳐들어가면 한 주발 그득하게 갓다놋는데 경보면(처음보면) 국수장ㅅ국인가하고 속기가 쉽다. 그것은 무엇보담 묵이 국수ㅅ발과갓치 가늘은 까닭이다.

비비기는 대개는 고기 장ㅅ국에 비벼서 먹는데 그 충청도의 묵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고유한 맛에다 얌젼한 양념 맛과 고기만을 가미한 맛이란 그야말로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몰을(모를) 지경이다.

겨울밤이 깁흔 뒤에 속이 허츌한 틈을 타서 한 두잔 안쥬 삼어 두어 그릇 먹는 운치도 또한 그럴 뜻하다. 대금은 일금 오전이다. 헐키와 풍미와 운치, 그야말로 삼박자가 드러마졋다.’ 와 같이 1920년대의 음식은 지금도 여전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서해 천북굴
▲ 서해바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곳에서 채취해 쫄깃한 서해 천북굴

♣ 굴 문화와 어리굴젓

충남 해안가에는 굴 문화가 발달했다. 충청도의 수많은 음식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어리굴젓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겨울 진짓상에 비웃구이와 어리굴젓 그리고 족편이 오르면 그 상은 최고급’ 이고 1980년대까지 서울의 밥상에 서산 어리굴젓이 없으면 부자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어리굴이란 말은 작은 굴 모양 때문에 ‘어리다’가, 맵기 때문에 ‘어리하다’ 등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말이다.

굴이 잘 자라는 곳은 민물과 바닷물이 섞인 곳들이다. 서산 간월도는 해미산과 가야산에서 흐르는 민물이 흘러드는 바다다. 간월도에서 나는 굴은 썰물 때면 4~7시간 정도 물에서 나온다. 3년이 지나도 2~3cm 밖에 자라지 않는 거무스름한 색을 띠는 이곳 굴을 사람들은 ‘강굴’이라 부른다.

겨울에 나는 싱싱하고 탱탱한 굴을 깨끗한 바닷물로 씻은 뒤 7%의 소금으로 희석시켜 섭씨 15~20도 정도의 발효실에 보름간 넣어둔다. 이렇게 발효시킨 굴을 ‘백굴’이라 부른다. 이것을 판매할 때 고춧가루와 다른 양념들을 섞으면 어리굴젓이 되는 것이다.

서해 간월도 어리굴젓
▲ 서해 간월도 어리굴젓

1980년에 간척지가 들어서기 전에 간월도 사람들은 자연 굴을 토화, 양식 굴을 석화라 불렀다. 간척지가 되기 전 간월도 굴을 만드는 방법은 지금과는 달랐다.

‘한국의 발견 충청남도 편’에서 ‘굴을 바닷물에 씻어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고 온도가 섭씨 20도쯤이 되게 해서 열나흘쯤 담가 둔다. 짭짤하게 간이 배면 대바구니에 걸러 물을 빼고 곱게 빻은 고춧가루와 버무려, 하루 전에 끓여 식힌 물을 부어 옹기에 넣어 석 달을 저장한다.

하루에 공장에서 1리터들이 깡통으로 50깡통쯤을 만들며 모두 서울로 보내져 여느 굴젓보다 비싼 값에 팔린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옛날 방식은 아니지만 지금도 간월도 사람들은 조합을 만들어 옛날 방식의 작지만 알찬 굴을 공동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면서 어리굴젓을 지켜왔다.

서산에는 겨울이면 굴냉국을 즐겨 먹었다.

한국 민속종합조사 보고서 음식편을 보면 ‘파, 마늘, 묽은 장으로 생굴을 무친 후 동치미 국물을 붓고 식초와 고춧가루로 간을 맞추면 시원한 냉국이 되는데 감기가 들었을 때 찰밥과 같이 먹으면 감기가 나간다고 해서 특별히 해 먹는것이 굴 냉국이다.

보통 밥때도 간장에 밥을 먹을 때 이 냉국을 같이 먹으면 소화를 돕는 별미’로 예찬하고 있다. ‘광천’의 천북에는 90년대 초반 생겨난 굴 구이 문화가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광천’하면 조선시대부터 유명한 새우젓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광천 마을 사람들은 광천읍 마을 한가운데에 독바위 또는 독매라고 부르는 독처럼 생긴 토굴이 있는데 여기서 새우젓을 익히고 보관한다. 광천 새우젓은 이곳 사람들이 간을 잘 맞추기도 하지만 토굴에서 15도에서 17도까지의 온도를 늘 유지하기 때문에 젓갈 맛이 은근하고 깊어짐에 더욱 유명해졌다.

♣ 꽃게와 꽃게장, 우럭젓국

충청의 서해안은 꽃게의 주산지다. 원래 게장은 민물 게인 참게로 담그는 것이었는데, 참게에 디스토마 원인균이 많고 1960년대 꽃게의 대량 수확으로 서산 꽃게와 꽃게장이 게장의 대명사가 되었다.

태안, 서산에서는 ‘우럭젓국’을 즐긴다. 두툼한 살은 찜으로 먹고, 머리와 뼈는 제사상에 올렸던 두부를 내려 푹 끓인 후 새우젓으로 간을 해서 먹은 것이 유래라고 한다. 요즘은 우럭젓국에 바지락 등을 넣기도 한다.

♣ 대전의 칼국수

대전은 서민적인 먹거리가 많다. 그중에 칼국수가 있다.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칼국숫집으로 알려진 ‘대선칼국수’는 1958년에 문을 열었고 대전역 앞에 있는 ‘신도칼국수’는 1961년에 개업했다. ‘대선칼국수’와 ‘신도칼국수’는 멸치육수를 기본으로 한 남해안 칼국수에 가깝다.

1975년에 문을 연 ‘공주분식’의 칼국수가 대전 사람들의 열렬한 사랑 속에 인기를 얻자 대전 중구 대흥동 수도산로를 따라 1980년대 초반부터 칼국숫집이 하나둘씩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칼국수 골목이 형성된다. 대전의 칼국수는 ‘공주분식’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대전 공주분식 칼국수
▲ 쑥갓이 더해져 속칭 ‘얼칼’이라 불리는 매운 대전 칼국수의 전형 공주분식 칼국수

‘공주분식’ 이후에 생겨난 대전의 칼국숫집들의 특징은 커다란 대접에 한가득 담긴 면발과 매콤한 맛과 모양새를 내는 붉은색 육수다.

붉은색 육수는 멸치육수를 기본으로 한 진하고 구수한 맛에 매콤한 고춧가루와 후추, 그 위로 가득한 참깨와 김 가루, 대파 그리고 대전 칼국수 집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쑥갓 등이 더해져 속칭 ‘얼칼’이라 불리는 매운 대전 칼국수의 전형을 만든다.

대전 신도식당 칼국수
▲ 멸치육수를 기본으로 한 남해안 칼국수에 가까운 신도식당 칼국수

♣ 충청도의 특산물과 대표 음식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쌀의 생산지답게 충청도 내륙에는 어죽 문화가 발달해 있다. 금산의 어죽이 특히 유명하다. 충남의 예당평야 백마강 유역은 농경에 적합하여 예부터 쌀은 물론이고 이외의 곡물도 풍부했다.

다양 곡물로 만든 죽, 밀국수, 수제비, 범벅 등이 발달했는데 늙은 호박을 많이 쓰는 것이 특징이다.

한복진 선생은 ‘팔도음식’이란 책에서 충청도의 특산물로 성환의 배와 참외, 천안의 호두, 제천 의림지의 붕어와 순채, 간월도 어리굴젓, 광천의 새우젓을 꼽고 있는데 성환의 개구리참외와 제천의 순채는 볼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대표적인 충청도 음식으로,

겨울철에 두부나 배추김치를 넣고 끓이는 청국장찌개, 익은 호박지에 쌀뜨물을 부어 끓인 호박지찌개, 늙은 호박에 고구마, 강낭콩 등을 넣어 푹 무르게 익힌 호박범벅, 녹두를 삶아 으깨어 체에 거른 것에 쌀을 넣고 쑨 녹두죽, 묵은 녹말을 물에 풀어서 풀을 쑤듯이 하여 그릇에 부어 굳힌 청포묵, 열무를 절여서 풋고추와 붉은 고추, 실파를 넣고 버무려 항아리에 담고 소금으로 간을 한 밀가루 풀을 국물로 넉넉히 부어 익힌 김치인 열무짠지, 재래종 조선 오이를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고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돌로 누른 다음 소금물을 진하게 하여 부어 만든 오이지가 있다.

그리고, 찹쌀과 멥쌀을 섞어 가루로 만들어 삶은 검정콩과 팥, 씨를 뺀 대추, 껍질을 벗긴 밤 그리고 말린 감고지나 곶감을 모두한데 섞어서 시루에 찐 떡은 꼭 쇠머리편육과 닮아 쇠머리떡이라 부른다.

계속하자면, 찹쌀 가루를 익반죽하여 빚은 새알심을 넣고 끓인 팥죽과 파. 마늘, 간장으로 무친 다음 동치미 국물을 붓고 식초, 고춧가루로 간을 한 굴냉국, 마른 보리새우나 조개를 넣고 끓이다가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서 더 끓인 아욱국, 인삼을 작은 것은 통째로, 큰 것은 얇게 저며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설탕과 물을 넣고 만든 수삼정과, 호박의 꼭지 부분을 동그랗게 도려내 속에 꿀을 한 홉쯤 넣고 다시 막아 큰 솥에 찐 다음 한 김 나가면 막은 것을 빼고, 속에 고인 물을 따라 마시는 호박꿀단지가 있다.

충청도 음식은 재료를 중시하는 소박하고 편안한 음식들이다.

내륙의 곡물과 서해안의 풍성한 해산물이 어울린 충청도 음식, 참 정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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